25일 시민단체, 기자회견 열고 "성차별 철회" 촉구
대전MBC 측, "채용 성차별없었고 부당업무배제도 아냐"



대전MBC 여성 아나운서 2명이 지난 6월 사측을 상대로 성별에 따른 채용차별 시정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가운데 지역시민단체가 부당업무배제 철회와 채용 과정에서의 성차별을 규탄하고 나섰다.

대전여성단체연합과 대전여민회, 대전민언련, 민주노총 대전본부, 민중당 대전시당, 정의당 대전시당으로 구성된 대전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25일 오후 대전MBC 정문에서 '대전MBC 유지은 아나운서 부당업무배제 철회 및 채용성차별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공동행동 측은 회견문을 통해 "유지은 아나운서로부터 촉발된 지역방송의 아나운서 고용 차별 문제는 우리 사회의 노동 문제를 되돌아보게 한다"면서 "그동안 문제가 없어 보였던 방송국 아나운서, 특히 여성 아나운서들이 겪고 있는 실태는 정규직, 비정규직 고용 차별을 넘어 성차별이라는 뿌리 깊은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성 아나운서 대부분 프리랜서나 계약직으로 고용되는 과정에서 노동의 권리조차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밝혀졌다"며 "근로계약서조차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음에도 프리랜서∙계약직 아나운서는 정규직 아나운서와 거의 같은 업무를 수행하고 근무지시를 받는 등 사용종속관계에 있있다는 주장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관행이라서 문제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관행 속에 고용 형태나 기본급, 연차휴가, 임금 등에서 차별받고 있었던 것"이라고도 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유지은 아나운서에 대한 보복성 업무배제 철회 △채용성차별 사과 △채용성차별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구축 △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사자인 유지은 아나운서도 참석해 "저는 2014년 5월부터 6년 가까운 기간 동안 뉴스데스크, 뉴스투데이, 건강플러스 등 다수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대전MBC 아나운서'로 정말 열심히 일했다"며 "하지만 현재는 그 시간들을 부정하는 대전MBC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대응으로 정말 힘겨운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대전MBC 여성 아나운서는 늘 계약직 아니면 프리랜서였다. 20명에 가까운 많은 여성 아나운서들이 채용 성차별속에서 짧게 거쳐갔다"며 "그 시간 동안 남성 아나운서는 정규직으로 채용돼 안정적으로 근무해 왔다. 심지어 남여 아나운서를 채용하고도 남성은 정규직으로, 여성은 계약직으로 계약한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6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뒤 저에게 돌아온 건 보복이었다. 담당하던 라디오 뉴스는 폐지됐고 뉴스데스크 하차 통보가 이어졌다"며 "이제 한 개의 프로그램만이 남아 월 100만원대로 하루하루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가 25일 오후 대전MBC 정문 앞에서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가 25일 오후 대전MBC 정문 앞에서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대전MBC 관계자는 시민단체 기자회견 직후 기자와 만나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는 이유로 업무를 배제하며 보복하거나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이 있었다는 주장도 말이 안되는 얘기"라며 반박했다.

또 "지난해 공채를 통해 5개 부문 총 7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했는데 채용과정에서 여성 지원자를 배제하지 않았고 남성 4명(기자2, 아나운서1, 방송경영1), 여성 3명(프로듀서1, 방송기술1, 방송경영1)을 선발했다"며 "프리랜서 여성 아나운서들이 본인들은 채용에 응시하지도 않고 아나운서가 남성으로 뽑혔다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보복성 인사 의혹에 대해서는 "방송 개편은 새로운 프로그램의 신설과 이동 등 프로그램의 쇄신을 위해 이루어지고 진행자 교체도 개편의 일부이며 개편 방향에 따라 교체 될 수 있다"며 프로그램 배제가 아닌 출연계약 종료라는 입장과 함께 "대전MBC에는 프리랜서와 정규직 아나운서만 있다. 계약직 아나운서는 없고 정규직은 근로소득자이고 프리랜서는 출연 계약에 따라 참여 프로그램별로 출연료를 받는 사업소득자"라고 강조했다.

대전MBC는 그러면서 "회사에 프리랜서가 40~50명이 있는데 왜 유지은 아나운서만 정규직을 해줄 수 있겠는가. 그건 말이 안되는 것"이라며 "프리랜서로 들어와 건강음료나 화장품 모델과 광고도 하다가 느닷없이 정규직을 요구해 당황스럽다"고 곤혹스런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전MBC 신원식 사장 등 간부급 직원들은 지난 21일 지역시민사회와의 간담회를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으며, 앞으로 프리랜서들과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