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없는 지방선거’ 아닌 ‘지역언론 없는 지방선거’ 우려된다.
-지역언론 ‘지방선거 D-1년’기획보도 모니터 결과보고서
지방선거 1년 전부터 판세분석과 후보 줄세우기 보도
내년 6월 1일 실시되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역언론의 역할 부재가 우려된다.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22년 치러지는 6.1 지방선거 D-1년을 앞두고 지역언론의 기획보도를 분석한 결과 지방선거 기획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게 무미한 판세분석과 출마후보 예측보도가 이어졌다. 임기가 1년 남은 민선7기 평가는 물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지역의 주요 현안 문제에 대한 진단, 지방선거 주요 쟁점 등을 준비한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매번 지적된 유권자, 정책 중심 보도는 없었다. 아직 지방선거가 1년이 남은 시점이긴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자칫 지역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지역언론 없는 지방선거’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5월 27일(목)부터 6월 4일(금)까지 지역신문 4사(대전일보, 중도일보, 충청투데이, 금강일보)와 지역방송 3사(KBS대전총국, 대전MBC,TJB) 등 총 7개 지역언론을 대상으로 지방선거 D-1년 관련 보도 모니터를 진행했다. 이 기간 지역언론은 당 대표 선출을 위해 지역순회 선거운동을 진행 중인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관련 보도와 충청지역 연고 대선후보 동향을 보도한데 이어 5월 31일부터는 2022년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 예측 보도에 집중했다.
근거 없는 출마후보 예측, 줄세우기, 자의적 대결 구도 만들기
지역신문, 방송 모두 지방선거 D-1년 기획이라는 타이틀을 달기는 했지만 선거기획 보도로 봐야 할지 의문이다. 모니터 기간 지역언론의 지방선거 기획보도는 출처가 불분명한 근거 없는 출마예상자 예측 보도를 중심으로, 편가르기, 자의적 대결구도 만들기, 판세분석 보도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지역 방송의 경우 지방선거 기획가 적었다.
대전일보의 경우 5월 31일부터 [지방선거 D-1년] 기획을 통해 판세분석과 함께 주요 자치단체장 선거 출마 예상 보도를 내놓았다.
대전일보는 <출마예상자 ‘정중동’행보 대선 결과 최대 변수될 듯>(대전일보 5월 31일자) 보도를 통해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예측 기사를 내보내면서 “제20대 대통령 선거(3월 9일) 후 3개월이 채 남지 않은 6월1일 치러지는 4대 동시선거는 여야 대결은 물론, 정치 신인들이 약진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며 “지난 선거에서 충청권 4개 광역지자체와 기초단체는 물론 지방의회를 사실상 석권한 민주당으로서는 코로나19 팬더믹을 대비한 민생안정 대책을 마련한 후, 일단 차기 대선을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대전, 세종, 충남, 충북 4곳의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와 관련 대전, 세종은 현역 단체장의 재출마 여부, 충남, 충북은 양승조지사의 대선출마, 이지종 지사의 3선 연임으로 인한 출마 제한을 주요 변수로 꼽았다. 시도교육감 선거의 경우 핵심 포인트를 ‘후보 단일화’로 예측했다.
가장 큰 변수는 대선으로 꼽았다. “4대 동시선거에 앞서 치러지는 대선 결과에 따라 정치권은 재편이 불가피하다”며 “이와 맞물려 중앙정치와 지방정치를 잇는 흐름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희망 하는 표심이 많다면 대선에 승리한 정당 쪽으로 지방선거 또한 표심이 기울 수 밖에 없고, 견제와 균형을 원하는 표심이 우세할 경우 정 반대의 결과도 있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꽤나 근거 있는 보도로 보이지만 현상만 나열할 뿐 논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대부분의 근거는 현역 단체장 등이 행보를 중심 근거로 나열했고, ‘정치신인의 약진’을 전망했지만 주목할 만한 정치신인이 누구이고, 어떤 이유 때문에 판단했는지는 기사에서 찾을 수 없었다. 섣부른 예측과 당연한 분석(대선에 승리한 정당에 유리, 견제와 균형 원하는 표심 우세할 경우 반대 결과 예상)이 이어졌다.
5월 31일과 6월 1일 집중된 광역자치단체장과 교육감 선거 예측 기사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보도가 이어졌다. <전 현직 대결 성사 여부 주목(대전시장)>, <행정수도 완성 적임자누구 (세종시장)>, <지역현안 해결 역량 관심사 (충남지사)>, <설동호-성광진재대결 관심>, <진보 수성vs 보수 탈환>, <김지철 3선 여부 단일화 관건>, <김병우-보수인사 대결구도> 등 선거기획이라기 보다는 가십성 보도에 그쳤다. 출마 후보군으로 언급된 인물들은 현역 단체장을 기본으로 최근 출마자,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을 나열하는 정도에 그쳤다.
대선에 가려져 지방선거 실종 우려…정작 지역 이슈는 소홀
중도일보 역시 6.1 지방선거를 총괄 예측 한 <선거 시계 카운트다운 출마 후보자들 기지개>(5월 31일 중도일보) 보도는 근거 없는 추측과 “지역의 이슈는 사라진 채 대선 결과에 좌우되는 선거로 전락” 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강조했다. “차기 집권여당은 국정운영 안정론을, 야권은 정부독주 견제론을 각각 내세우며 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중도일보는 그나마 광역권의 이슈를 언급하는 성의를 보이기는 했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대전의 경우 도시철도 2호선 트램에 대한 추진 여부와 방향, 혁신지구와 역세권 개발 속도 등이 지방선거 이후 달라질지도 관심사다. 세종은 국회의사당 설치, 충남에선 서산비행장 민항 유치 등 사업도 이목이 쏠린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전부다.
중도일보는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 결과를 다시한번 언급하기도 했다. <보수 텃밭까지 파란물결 충청 '민주당쏠림' 뚜렷>(5월 31일, 중도일보) 보도를 통해 지난 21대 총선 결과 충청권의 유래없는 민주당 석권 현상을 “국정농단 사태와 코로나19 대응 등 전국적으로 부상하는 대형 이슈에 충청여론이 따라가면서 민주당 쏠림 현상이 나타난 모양새”로 설명했다. 이어진 <3년새 달라진 분위기…충청 민주텃밭 이어갈까>(5월 31일, 중도일보)는 대선결과 영향과 국민의 힘 중심의 야권 통합, 단일화 등 정계개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등판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하며 1년 후 선거 결과를 전망하기도 했다. 중도일보 역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를 중심으로 지방선거에 대한 분석 기사를 내놓았지만 분석이라기보다는 출마 후보를 예상하는 보도가 반복됐다.
다른 듯 똑 같은 패턴의 판세분석 보도
충청투데이는 <표심 꺼내면 누가 웃을까>(6월 1일, 충청투데이) 보도를 통해 “제8회 동시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에 선거 열기가 점화되고 있다”며 “여당은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주춤하긴 했지만, 이탈한 지지층을 다시 결집해 연이어 파란 깃발을 꽂을 준비를 하고 있다. 반면 여당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 버린 선거지형에서 4·7 재보선 승리로 반전의 발판을 마련한 야당은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내년 지방선거는 ‘안갯속’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금강일보는 <민선 8기 地選 d-365…충청 정치 지형 요동치나>(6월 1일, 금강일보) 보도를 통해 내년 지방선거 판세를 분석했다. 역시 대선을 가장 큰 변수로 전망하면서 민주당 정권이 유지될지, 정권교체가 될지에 따라 지방선거의 명운이 달렸다고 전망했다. 이어진 <사실상 대선결과와 '1+1' …"대선 이기면 싹쓸이 가능">(6월 1일, 금강일보), <현역 모두3선 도전…리턴매치 주목>(6월 1일, 금강일보) 등의 보도는 앞선 다른 신문들과 마찬가지로 출마 후보를 전망하는 보도 였다. 다른 듯 똑 같은 패턴의 판세분석 보도가 반복됐다.
지방선거D-1년 기획보도 없는 대전MBC, TJB
KBS대전총국 3개 시도지사, 교육감 선거 판세분석 보도에 치우쳐
지역신문들이 출마후보를 예측하는 판세분석 보도에 공들인 ‘지방선거 D-1년’ 기획을 선보인 반면 지역방송은 별다른 기획보도는 준비하지 않았다. KBS대전총국만 5월 31일자 리포트로 <[지방선거 D-1년]① 대전·세종·충남 3개 시도지사 미리보는 선거판은?>, < [지방선거 D-1년]② 3선 수성 vs 인물 교체…교육감 선거도 본격화> 보도를 통해 판세분석에 치중한 지방선거 기획보도를 내놓았다.
대전MBC와 TJB 방송은 무의미한 출마후보 중심의 판세분석 보도가 없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지만 지방선거를 1년 앞둔 시점에서 지방선거 기획보도 조차 준비하지 않은 점은 문제다. 지역 방송으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역할마저 스스로 포기한 것과 같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판세분석형 기획보도의 문제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의도적 배제인지, 무관심 한 것인지 판단이 되지 않는다.
판세분석 보도를 내보낸 KBS대전총국은 공영방송의 역할을 다 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문제다. ‘뉴스7’을 도입하며 자체 지역뉴스 보도 비중이 늘어난 상황에서 지역 유권자들을 위한 기획이 부재한 것은 그 동안의 선거 관행에 의존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지점이다.
판세 분석, 후보자 예측 보도관행 개선해야
유권자 중심, 지방선거 의제 발굴 보도 필요
지역 언론이 선거보도의 전가처럼 활용하고 있는 판세분석과 후보자를 소개하는 보도가 무조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유권자들 역시 언론의 심층적인 취재와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된 판세 분석이나, 후보자를 인식할 수 있는 보도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문제는 지역언론의 선거보도 과정에서 판세분석과 의미 없는 후보자 나열식 보도가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선거보도를 모니터 한 결과를 보면(5주차, 3월 23일~27일) 유권자의 판단에 도움을 주는 유익보도(정책제공, 비교평가, 사실 검증 등) 비중은 13.6%에 머문 반면 지양해야 할 선거보도인 유해보도(경마성, 양대정당중심, 경마식 보도 등) 비중은 66.3%에 달했다. 앞선 4차 보고서 분석 결과에서는 유해보도 비중이 80%를 넘기도 했다. 지역언론의 선거보도가 지나치게 판세분석과 후보자들을 경쟁구도로만 내모는 경마장식 보도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 현실이다. 언론학계와 시민사회가 이 같은 선거보도 관행 개선을 촉구하고 있지만 언론이 변화는 없는 상태다.
‘지방선거 D-1년’ 기획보도 모니터 결과 우려했던 대로 기존의 선거보도 관행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지역언론의 지적대로 내년 지방선거는 대선 직후 치러진다는 점에서 지역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 없는 지방선거’는 지역언론의 책임도 크다. 지방선거의 의제를 설정하고 후보자, 정책 검증은 지역언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저널리즘의 영역이다. 지방선거를 포함 해 선거 과정에서 지역언론이 제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예들 들어 출마후보를 나열 할 것이 아니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출마 예상자들의 인터뷰와 출마의사를 직접 확인 해 보도하거나, 민선7기 자치단체 및 의회에 대한 평가, 전문가들의 평가, 내년 지방선거에 주요 쟁점 의제가 무엇인지 발굴하는 보도 등 다양한 선거기획이 준비된다면 더욱 의미 있는 선거보도가 될 것이다. 이 과정에 유권자의 참여와 지역 시민사회, 전문가 그룹, 빅데이터 등을 적극 활용 하면 보도의 신뢰를 확보하는 동시에 지역언론으로서의 역할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선거기획이 지역의 유권자들이 원하는 지역언론의 역할이다. 관행적 선거보도에서 벗어나 유권자 중심, 정책 중심의 보도가 준비되길 바란다.<끝>
출처: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