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전 회장 공과(功過) 과 짚은 언론들 가운데 “양말 직접 빨았다” 칭송한 언론도‧…시사만화 ‘장도리’ 김우중 전 회장 칭송하는 언론 꼬집어


12월9일 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타계한 후 주요 언론은 12일까지 관련 보도를 이어오고 있다. 타계 다음날인 10일 신문 지면 1면으로 다룬 것부터 시작해 11일 지면 2~3면에 걸쳐 전면편집하고 12일 빈소 기사까지 대대적으로 다루는 신문도 있다.


12월10일 김우중 전 회장의 타계를 1면으로 다룬 신문은 9개 종합일간지(경향·국민·동아·서울·세계·조선·중앙·한겨레·한국) 가운데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였다. 1면 기사는 대부분 간결한 스트레이트 기사 형식으로, 그가 9일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과 그의 간략한 이력이 담겼다. 1967년 32세에 대우실업을 설립했고 1980년대 전성기를 거치며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점이 언급됐다. 이후 1999년 IMF로 부도를 맞고 해체됐고 해외도피 생활 끝에 2005년 입국해 추징금 약 18조원을 선고 받은 뒤 2007년 사면됐다는 내용 위주다.


9일부터 12일까지 보도된 내용 가운데 많은 보도가 김 전 회장의 공과 과를 함께 짚는 식의 보도였다. 그러나 그에 대한 지나친 칭송이 들어간 보도도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것이 11일 동아일보 6면 “한국경제에 개척정신 불어넣어… 세계경영 신화 묻혀 안타까워” 기사다. 이 기사는 대우 회장비서실 직원의 말로 시작해, 김우중 전 회장에 대한 에피소드를 늘어놓는데 소제목 중 하나가 “양말도 직접 빨던 세계경영 창시자”다.


▲12월11일 동아일보. 
▲12월11일 동아일보 6면. 
 

이 기사는 “고인은 출장지에서 직접 양말을 빨고, 땀 찬 정장 재킷에 묻은 소금기를 직접 털어낼 만큼 소탈했다고 한다”고 썼다. 

또한 이 기사는 “김 전 회장은 해외출장 때마다 설렁탕을 파는 한식당을 찾았다고 한다. 밥 말아 후딱 먹고 일어서기 좋았기 때문이다. 꼬리곰탕을 시킨 어느 임원은 좀 늦게 나오는 바람에 한 숟갈 뜨다 말았다고 했다. 밥을 5분이면 다 먹는 회장이 숟가락을 놓고 일어났기 때문이다”라고 그를 묘사한다. 


그의 소탈함을 장점으로 부각하려는 의도였겠으나 지나치다. 이 기사에서는 자신의 양말을 자신이 빠는 당연한 일과 회사 직원들의 식사 속도를 배려하지 못한 태도까지 ‘회장님의 소탈함’으로 포장된다. 

동아일보는 10일 1면과 2면 전면 편집에 이어 11일에도 1면에 김 전 회장 별세 보도를 내고 6면 전면편집, 사설까지 썼다. 12일에도 31면 인물면 탑기사로 “‘재계의 큰별, 너무 일찍 가셔서 아쉬워’…추모 발걸음 이어져” 기사를 배치하고 “정치권 인사과 재계 인사들이 말하는 김우중 전 회장의 생전 장점 등을 나열했다. 보통 10일이나 11일에 전면편집을 하는 신문이 많았으나 동아일보는 이틀 연속 1면에 이어 전면편집을 하고 12일까지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 


11일 중앙일보도 4면과 5면을 전면편집 해 김우중 전 회장의 별세를 전했다. 4면 기사에서는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말을 빌려 “나야 두 시간이라도 잤지만 고인은 책상을 잡고, 걸상을 잡고 깜빡 졸곤 했다. 간이침대라도 들이라했으나 사양했다. 줄담배를 피우며, 말그대로 초인적이었다”고 전했다. 5면 기사에서는 전 회장을 ‘드라마틱한 성공신화와 더 극적인 추락을 겪은 비운의 주인공’이라고 묘사했으나 ‘세계경영의 꿈’, ‘리스크를 두려워마라’, ‘김우중이 남긴 것’이라는 소제목에서 그의 장점들을 위주로 나열했다. 


▲11일 중앙일보 4면. 
▲12월11일 중앙일보 4면.
 

공과(功過) 과가 있는 인물에 대해 “과는 있지만 공을 더 주목해야 한다”는 식의 보도들도 있었다.  


동아일보는 11일 사설 “김우중의 도전정신 절실한 한국경제”에서도 “김우중과 대우그룹에는 정경유착, 차입에 의한 문어발 확장이라는 짙은 그늘이 분명 존재한다”라면서도 “세계가 칭송하는 코리안 미러클의 주역 가운데 한명이었다는 공 역시 과소평가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경제는 언제나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해 왔으며 그 한가운데에는 김 전 회장과 같은 도전 정신이 충만한 기업가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11일 중앙일보 사설도 “그가 남긴 기업가 정신은 지금도 우리에게 귀감이 된다”라며 “김 전 회장이 외환위기와 부채경영 때문에 좌절했다면 지금 기업인들은 정부의 규제 앞에 무너지고 있다. 이래서는 김 전 회장이 보여준 기업가 정신이 싹틀 여지가 없다”라며 “그 가치를 되새겨보게 해 준 김 전회장의 명복을 빈다”고 썼다. 


조선일보 11면 38면 만물상 코너 ‘김우중 정신’에서 “대우는 해체됐지만 김우중은 사라지지 않았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그의 말은 젊은 세대의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어록이 됐다. (…) 세계를 삼킬 기세로 지구촌 구석구석을 개척했던 ‘김우중 정신’이 절실한 요즘이다”고 썼다. 


▲12월11일 조선일보 38면. 
▲12월11일 조선일보 38면.
 

김 전 회장의 생전 주장을 그대로 받아, 김대중 전 정부와 갈등이 없었다면 대우가 해체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보도됐다.  


10일 동아일보는 2면 전면 편집으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대우신화 일궈낸 세계경영 선구자”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에서는 김 전 회장은 여러 차례 “내가 전경련 회장을 맡지 않았더라면 경제 관료들과 갈등을 빚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대우 해체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말해왔다고 한다. 김대중 정부 경제 관료들과의 갈등이 해체로 이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11일 2면에 전면편집으로 “‘나가서 싸워라’ 세계 18위 신화 쓴 대우, 외환위기로 좌초”를 배치했다. 이 기사에서도 “김 전 회장은 2014년 내놓은 회고록 ‘김우중과의 대화’에서 김대중 정부와의 악연이 대우를 해체한 주범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썼다. 다만 조선일보는 “김 전 회장은 한국 경제성장기에 주요한 역할을 했지만 부실 경영으로 국가 전체를 휘청이게 하고,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힌 공과가 극명한 삶이었다는 평가도 받는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김우중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해 한국일보는 2014년 ‘기자의 눈’에서 지적을 한 적있다. 한국일보 2014년 8월28일 ‘검은 거래까지 솔직해야 김우중 재평가 의미 있다’ 기사에서 “김 전 회장을 피해자로 부각하려는 시도는 그 동안 다져놓은 김 전 회장에 대한 후한 평가마저 깎아 내릴 수 있다”며 “수사 경험이 풍부한 법조계 인사는 ‘김 전 회장의 주장은 경영부실로 망한 다른 대기업 사주들의 변명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그들도 정부나 금융권에서 조금만 더 지원했더라면 기업을 살렸을 것이라고 말한다’고 지적했다”고 썼다.


이어 이 기사는 “대우와 김 전 회장이야말로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으로 성장했다. 다른 대기업 사례에 비춰보면 그 과정에서 정치권과 관료, 금융계와 언론인에게 적지 않은 돈이 전달됐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아직 제대로 밝혀진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12월11일 경향신문 장도리. (세로로 그려져있는 컷을 2컷씩 가로로 편집했습니다.) 
▲12월11일 경향신문 장도리. 
 

김우중 전 회장 타계 이후, 김 전 회장을 칭송하는 언론 보도를 가장 신랄하게 지적한 것은 기사가 아닌 시사만화였다. 


경향신문 11일 시사만화 ‘장도리’는 언론과 기업, 정치권이 김우중 전 회장에 대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던 분이시여”라며 울고 있는 모습을 집어넣었다. 다음 컷은 노동자들의 죽음을 표현하고 재벌이 “세계는 넓고 노예는 많다”고 말하고 있다. 


이 만화는 10일 김용균씨의 1주기에 맞물려 원청의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청들의 ‘사고 책임 없음’은 그대로인데 반해 여전히 재벌을 칭송하는 언론을 꼬집은 것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