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타사 카메라 대동해 임원실 촬영”… 계약직 아나운서들 “제대로 된 업무 달라”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을 이유로 MBC를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고용청)에 신고한 가운데 사측이 “갈등을 초래하는 행위를 자제하라”고 밝혔다.

MBC는 이날 사내 게시글을 통해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에 맞춰 관련 사규를 개정해 신고 시 처리 절차 등을 상세히 규정한 바 있다”며 “그런데도 해당 전문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내부 절차를 도외시한 채 개정법률 시행일 아침 기자회견과 고용청 진정이라는 방식을 택했다. 또 절차와 규정을 무시한 채 타 언론사 카메라들을 대동해 임원실을 방문해 촬영하게 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 엄주원 아나운서 등 10명은 16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고용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를 직장 내 괴롭힘 1호 사업장으로 신고했다. 사진=
▲ 엄주원 아나운서 등 10명은 16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고용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를 직장 내 괴롭힘 1호 사업장으로 신고했다. 사진=박서연 기자


MBC 계약직 아나운서 10인은 사규를 볼 수 없는 상태다. MBC가 회사 게시판과 이메일 등 전산망을 차단해서다. 2016~2017년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채용된 이들 아나운서는 지난해 계약 만료를 이유로 해고된 뒤 지난 5월 법원에서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아 복직했으나 업무 공간이 아닌 별도 공간에 배치됐다.


▲ MBC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9층 아나운서국이 아닌 12층 아나운서실을 따로 만들어 자리를 배치했다. 사진=

▲ MBC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9층 아나운서국이 아닌 12층 아나운서실을 따로 만들어 자리를 배치했다. 사진=류하경 변호사


MBC는 사내 게시글에서 “MBC는 그동안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고려해 이들의 각종 부적절한 대외 발표와 사실과 다른 언행에 직접적 대응을 삼간 채 계약 기간 만료에 따른 퇴사가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 법적 판단을 기다렸다”고 주장했다.

MBC는 “MBC 입장은 ‘단체협약의 취지 등을 고려해 1심 판결 결과를 따른다’는 것이다. 내부 조사와 후속 조치, 그리고 법적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소모적 논란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에 자제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번 신고가 개정 근로기준법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지를 포함해, 지체 없이 사실 확인을 위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실시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엄주원 아나운서 등 10명은 이날 오전 MBC를 상대로 고용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16일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아나운서들은 이후 관련 문건을 최승호 사장에게 전달하려 했지만 비서실에서 대신 받았다. 최 사장 대신 변창립 부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변 부사장은 아나운서들과 만남에서 “회사에서 이미 설명하지 않았나. 1심 판결을 기다리겠다”고 했고, 아나운서들은 “근로자 지위 보전 소송에서 이겼다. 업무를 달라”고 말했다. 변 부사장은 “전례를 검토해봤더니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