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지역신문·방송 소유구조 살펴보니… 대부분 건설사 지분 포함





건설사가 잇따라 언론사 지분 매입에 나서고 있다. 최근 중흥건설은 헤럴드 최대주주로, 호반건설은 서울신문 3대 주주로 자리했다. 이미 지역 언론 대다수에선 지역건설사 등이 대주주로 자리한 지 오래다. 그 결과는 대주주를 다루거나 다루지 않는 방식 모두를 통한 보위 행태로 드러난다. 사양화되는 미디어환경에서 가장 큰 위기를 겪어온 지역신문·방송에서부터 건설 등 기업자본의 잠식이 현실화된 모양새다.


2일 기자협회보가 주요 지역 언론사의 소유구조를 살펴본 결과 지역신문사 17곳 중 7곳, 지역방송 11곳 중 5곳의 대주주가 건설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일보와 국제신문, 매일신문, 경남신문, 대전일보를 제외하면 조사대상 매체는 모두 토착기업 등 민간자본이 최대주주였다.


특히 최근 건설사의 언론사 인수가 도드라졌다. 중흥건설은 최근 헤럴드 인수에 앞서 지난 2017년 기업 기반이라 할 광주전남 지역지 남도일보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중견건설사의 중앙 언론 인수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같은 지역 기반 호반건설은 지난 2011년 광주방송(KBC)의 최대주주가 되며 언론사업에 진출한 뒤 최근 서울신문 3대주주가 됐다. 부영그룹이 지난 2017년 한라일보와 인천일보를 각각 인수해 대주주가 됐고, 삼라마이더스그룹이 올해 3월 울산방송(UBC) 1대주주가 됐다. 지난해 5월엔 골드클래스가 전남매일 모회사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소유구조는 실제 보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컨대 남도일보 사이트에서 지난 2017년 5월23일 인수 후 현재까지 ‘중흥건설’이 언급된 기사는 총 340개였다. 반면 1999년부터 인수 직전까지 모회사명이 언급된 기사는 303건에 불과했다. 전남매일에서도 2013년부터 현재까지 대주주인 ‘골드클래스’가 언급된 기사 총 95건 중 45건이 인수시점 이후에 몰렸다. 모회사 참여 개발 홍보, 대주주 관련 동정 기사가 부쩍 는 결과다.




홍보하는 방식 외 대주주 관련 사건사고를 아예 다루지 않거나 옹호하는 방식도 일반적이다. 영남일보는 지난 2015년 8월 대주주 운강건설을 소유한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대표가 MB시절 포스코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은 혐의로 조사받자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기사와 사설을 냈고, 중도일보는 지난 1월 최대주주 모회사 부원그룹의 증축 공사 중 화재 사건을 아예 보도하지 않기도 했다. 지역을 막론하고 기업이 사주인 매체에서 이는 일상이 됐다. 기자들에겐 대주주가 보도의 성역으로 내면화되는 상황이다. 강원지역 일간지 한 기자는 “사회부 근무 당시 시공된 아파트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를 간 적이 있다. 현장에서 시공사가 어디인지 살펴보니 소속 언론사 대주주의 대주주인 게 확인됐다. 비슷한 건으로 ‘너가 지금 몇 년 찬데 눈치 없이 이런 걸 가져오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그냥 덮었다”고 말했다. 광주전남지역 한 기자는 “실제 월급이 50%는 올라갔고 휴가도 쓸 수 있게 돼 처우는 나아졌다”면서도 “워낙 힘든 시절을 경험해서 간부들이 알아서 긴다. 대주주가 별 말을 안 해도 아파트 관련 비판기사 등은 잘리기 십상”이라고 했다.


언론사 경영위기가 본분인 공적역할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미디어 산업의 사양화 흐름에서 이 문제는 언제고 중앙 언론에서도 재현될 수 있어서다. 전국에서 언론사 경영난이 가장 심각한 지역 중 하나인 광주전남에서 기업의 언론사 인수합병은 가장 활발했다. 최근 2년 새 사주가 바뀐 언론사만 4곳에 달한다. 이미 위기 중인 중앙 언론까지 극심한 경영난이 확대되면 중견건설사의 중앙 언론 진출 같은 현상은 더 가속화될 수 있다.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추진 중인 호반건설과 중흥건설만 해도 비용지불 능력은 충분히 된다. 최근 지역언론 매입이나 경영권 확보에 건설사가 지불한 금액은 500억원 안쪽이었다. 중앙 언론인 헤럴드 경영권 확보에 684억원이 들었다. 비용만으론 서울신문사 대주주 지위 확보에 총 800~10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호반건설과 중흥건설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각각 8794억원, 9983억원이었다.


양사로선 기업 기반 지역엔 이미 매체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 주요 사업은 수도권과 서울 강남권을 대상으로 한다. 중앙 진출의 교두보로써, 영향력 확대와 인허가를 위한 도구로써 언론사는 유용할 수 있다. 수익률이나 비전을 따지자면 기업가가 언론사를 인수할 이유는 많지 않다. 실제 양 건설사는 언론사 인수합병설이 돌 때마다 단골로 거론돼 왔다. 단, 중앙 언론 상당수의 지배구조는 사주체제, 우리사주조합, 강력한 재단·기업 지배구조 아래 매우 공고한 쪽이다. 지역 기반 기업이자 중견건설사로서 선택폭은 제한적이었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아무리 언론 역할에 충실하려 해도 소유구조에서 비롯된 한계는 분명하다. 사익추구라는 본질과 공적본분의 추구는 현재 다수 지역언론 지배구조 아래 이미 충돌하고 있다. 언론사와 기자는 생존과 저널리즘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한 지역 매체 노조위원장은 “언론사 대주주 지분을 가진 누구든 언론사를 이용하려는 목적은 분명하다. 지역언론은 건설사나 지역토호가 다 자리했고 그게 현실”이라면서 “우리도 사설 논조 때문에 논란을 겪었지만 그들도 바보가 아니라서 노골적으로 개입하진 못한다. 기자들이 할 수 있는 건 사리사욕을 위한 일들의 징조가 보일 때마다 대응하는 것밖에 없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