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대리인 “실질적 격리”… MBC “업무 부여는 회사 재량”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 해고 판정을 받고 법원에서도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은 MBC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이 지난 27일부터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출근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아나운서 업무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배치된 곳도 기존 9층 아나운서국이 아닌 12층 별도공간이다. 이들은 아나운서 국장과 면담했지만,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 업무를 주지 않는다는 회사 방침을 확인했다.

현재는 휴가 제출 등 인사정보시스템 접속만 가능하고 회사 게시판과 이메일 접속은 불가능한 상태로 알려졌다. 아나운서들은 법원이 본안 판결(해고무효확인소) 시까지 임시로 지위를 인정한 것이지만 그동안 아나운서로 근무해온 만큼 근로자 지위 보전 기간에도 아나운서직을 수행하기 바란다는 입장이다.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법률대리인인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는 28일 “아나운서들은 27일부터 출근 중이다. 안타깝게도 MBC는 이들을 별도 공간에 실질적으로 격리했고 향후 업무도 주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악덕 사용자들이 노동자를 괴롭힐 때 사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류 변호사는 “현 경영진에 상당히 실망스럽다. 현 경영진이 적폐라고 칭하는 과거 경영진도 가처분 승소 시 원직 복직시켜 업무를 바로 줬었다”며 “부당 해고라는 사실은 이미 가처분 법원에서 확인됐다. 서로 주장과 증거를 모두 법원에 제출했기 때문에 본 소송에서도 가처분 법원의 판단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반면 MBC는 본안 판결 시까지 임시로 아나운서국 소속으로 근무하되, 업무 공간과 부여 업무는 회사가 정하는 바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MBC 관계자는 “업무를 부여하는 건 회사 재량”이라며 “현 아나운서국 업무 수요 충족이 기존 인력으로 가능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인력 변동에 추가 업무를 부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계약직 아나운서 자리 배치에 “기존 아나운서국에 자리가 충분치 않다”고 했다. MBC 아나운서국 관계자는 “회사 쪽에 문의를 해달라”고 말했다.

27일 복귀한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은 안광한·김장겸 전 MBC 사장 시절인 2016~2017년 1년 단위 계약직으로 채용됐다.

최승호 현 사장이 2018년 2월 취임하고 나서 사측은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계약 갱신이 아닌 ‘특별채용’ 계획을 통보했다. 16·17사번 계약직 아나운서 총 11명 가운데 특별채용된 이는 단 한 명이다.

이후 계약이 만료된 아나운서 가운데 9명은 노동위에 구제 신청을 제기했고 올해 초 중노위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부당해고를 인정했던 서울지방노동위 판정을 유지했다. MBC는 노동위 판정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계약직 아나운서들도 MBC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소를 제기했고,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13일 본안 판결 시까지 아나운서들의 근로자 지위를 임시로 보전하는 가처분을 인용했다. MBC는 “회사가 제기한 행정법원 판단이 내려지면 회사는 단체협약 취지 등을 고려해 이들에 대한 입장을 최종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