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억 들인 통합CMS 왜 논란인가]
상당한 돈 드는 통합CMS 개발, 재단서 기금 투입해 구축 지원
특수문자 오류, 시스템 다운… 써본 언론사들 “불만족” 토로


언론재단이 구축을 지원한 통합CMS를 설명해 놓은 AMI(개발업체) 홈페이지.

▲언론재단이 구축을 지원한 통합CMS를 설명해 놓은 AMI(개발업체) 홈페이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통합CMS 구축지원 사업에 선정된 여러 신문사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신문 제작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업체가 통합CMS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했고, 결국 효용성이 떨어지는 시스템을 내놨다는 지적이다. 기자들의 불만이 지속되자 사업 운영 주체인 언론재단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언론재단은 지난 2016년부터 통합CMS 구축·운영지원 사업을 해왔다. 디지털 퍼스트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함께 관리하는 통합CMS 구축에 이목이 쏠리던 시기였다. 언론사가 개별적으로 통합CMS를 개발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지자 언론재단이 기금을 투입해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언론재단은 2016년 4월 첫 공고를 내고 국제신문, 매일신문을 통합CMS 구축지원 언론사로 선발했다. 그해 6월 국내 양대 신문제작시스템 개발업체인 양재미디어, 서울시스템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에이엠아이시스템즈(AMI, 2012년 설립)가 공개 입찰을 통해 CMS 개발사로 선정됐다. 사업 2년차인 2017년 경향신문, 헤럴드경제, 부산일보, 대구일보, 전남일보도 지원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2018년엔 경남신문과 광주일보가 추가됐다. 올해도 지난달 말까지 신규 지원 언론사를 모집했다.


현재 매일신문, 전남일보, 대구일보, 부산일보가 언론재단의 통합CMS를 도입한 상태다. 헤럴드경제와 경남신문은 상반기 안에 적용을 앞두고 있다. 지난 3년간 이들 언론사에 이뤄진 CMS 구축, 고도화, 유지보수, 위탁운영 사업 모두 AMI가 맡았다. 언론재단이 CMS 사업 관련 공개입찰을 진행할 때마다 AMI의 단독 응찰이 많았기 때문이다.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이 사업의 입찰 자료를 살펴보면 언론재단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AMI에 61억여원을 투입했다.


언론재단이 구축을 지원한 통합CMS를 설명해 놓은 AMI(개발업체) 홈페이지.

▲언론재단이 구축을 지원한 통합CMS를 설명해 놓은 AMI(개발업체) 홈페이지.


언론재단이 거액을 지원한 사업이지만 정작 CMS를 직접 사용하는 언론사에선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구축 과정에서 개발업체의 피드백이 원활하지 않았고 CMS의 완성도도 높지 않아 기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일간지 통합CMS 구축 작업에 관여한 한 기자는 “신문 제작과정을 모르는 업체(AMI)가 언론사 CMS를 만들다 보니 기자들의 업무 패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담당 개발자가 여러 번 바뀌면서 우리 요청사항이 흐지부지되기도 했다. 시스템 자체도 아직 안정화 단계라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자들이 해당 CMS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종종 시스템이 먹통 되거나 따옴표 등의 약물이 지면편집시스템에는 연동되지 않고, 사진설명칸에선 약물을 인식조차 못하는 것 등이다. 시스템 전체로 보면 사소한 부분이지만 취재현장에서 CMS를 무기로 써야 하는 기자들에겐 크게 와 닿는 문제다. 언론재단 통합CMS를 사용 중인 한 지역일간지 취재기자는 “기사 배포 시간을 데스크가 결정할 때가 많은데 데스킹 페이지엔 출고 예약 버튼이 없다. 개발사가 기사 제작 과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현장에선 차라리 예전 프로그램으로 돌아가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만이 큰데 개발사는 수정해주지 않는다. 자금을 지원한 언론재단은 손 놓고 있지 말고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 대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통합CMS 첫 도입 이후 1년여가 흐른 지금까지 언론사들의 불만이 잇따르자 언론재단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사전에 일선 기자들의 의견을 들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현장과 개발사의 의사소통이 잘 안됐던 부분, 피드백이 너무 느리다는 지적도 인정한다”면서 “최근에 언론사들을 찾아가 무엇이 불만인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이야기 나눴고 개발업체와 CS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여러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언론재단의 CMS 사업이 자리 잡기 위해선 시스템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뿐 아니라 사업 지원 내용·범위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CMS 구축 후 3년간은 언론재단이 시스템 운영비(클라우드 사용료·유지보수비 등)를 지원하지만 4년차부턴 신문사가 30%, 5년차에는 60%, 6년차부턴 전액 부담해야 한다. 통합CMS를 구축한 지역신문사의 한 간부는 “형편이 어려운 지역신문사엔 당장 4년차부터 매달 수백만원의 운영비 지불은 버거운 일”이라며 “몇 년 뒤엔 비용 문제 때문에 전격적으로 CMS를 포기하는 곳이 나올 수도 있다. 신문사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장기적인 만족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