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진보교육감 후보 단일화 경선에 단독으로 등록한 성광진 소장. 왼쪽 아래는 끝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최한성 교수(왼쪽)와 승광은 교장.

[신정섭의 교단직설]

[편집자주교단직설(敎壇直說)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바르고 곧게 말함을 뜻합니다그릇된 것을 그르다 일컫고 옳은 것을 옳다 말하지 못한다면그에게서 배우는 아이들의 미래는 한없이 어두울 것입니다교육과 관련된 정책 등에 대한 그릇된 견해를 바로잡기 위한 글이 연재될 것입니다필자인 신정섭은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나불의를 참지 못해 공부보다는 운동을 더 열심히 했습니다이후 운동에 소질이 없음을 깨닫고 97년 호수돈여고 영어교사가 된 뒤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교육이 달라져야 밝은 미래가 있다는 사명감으로 98년에 전교조에 가입해 활동해오고 있으며 현재 전교조대전지부 대변인을 맡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 전교조대전지부 정책실장을 맡아 노조전임으로 일할 때 차등성과급을 반납하는 상징의식을 치른 적이 있다. 당시 지부장이 바로 내년도 진보교육감 후보 중 한 사람인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이었다. 우리는 조합원 동지들이 반납한 수 억여원의 성과금을 만원짜리 현금으로 찾아 특수차량에 싣고 “차등성과급을 폐지하라!”며 집회를 열었다. 집회가 끝나고 돈다발 두어 개를 굳게 닫힌 대전시교육청 정문 너머로 집어던졌다. 

그런데 그날 TV 뉴스 리포트와 신문기사의 제목은 자못 충격적이었다. “대전 전교조 성과급 반납 시도 무산...” 허망했다. 차등성과급의 본질이 무엇인지, 왜 교사들이 성과급을 반납하려 하는지 등의 맥락은 없었다. 그저 성과급을 반납하려 시도했으나 실패했다는 것이었다. 난 그때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진실은 좀처럼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다!” 아니,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시청자나 독자에게는 과정보다 결과가 먼저 다가온다!”

10여 년 전의 케케묵은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작년 12월 30일―벌써 작년이다!―, 100여 개 시민사회노동단체가 만든 단일화 추진기구 ‘대전교육희망2018’을 통한 민주진보 교육감 단일화 경선이 결국 무산되었다.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만 입후보를 한 가운데, 승광은 달팽이학교 교장과 최한성 대덕대 교수가 경선 일정 및 단일화 방안에 불만을 품고 후보 등록을 거부한 탓이다. 

두 사람은 입후보 마감 다음날인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조직선거와 돈 선거로 상징되는 선거 풍토의 적폐를 청산하겠다. 시민단체 후보를 넘어 시민 후보를 만들어 가는 역사적 과업의 길을 닦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왠지 비장미가 느껴지는 아름다운 말들의 향연처럼 들리지만, 사실 이 말은 다소 위험한 발언이었다. ‘대전교육희망2018’이 마련한 진보교육감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정관과 규정이 조직선거와 돈 선거를 위한 기록물이고, 대전의 시민단체는 시민이 들어있지 않은 껍데기라는 의미를 함축하는 맥락으로도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분이 그런 취지로 한 말은 아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돌발변수가 생겼다. 단독으로 입후보해 대전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던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이, 두 사람의 핵심 요구였던 ‘선거운동 기간 두 달 확보’ 즉 ‘4월 13일 단일화’안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며 ‘대전교육희망2018’ 상임대표에게 권한을 위임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에 상임대표는 공동대표단회의를 열고, 격론 끝에 후보 등록 기한을 30일 오후 6시까지로 연장하겠다고 공고하였다. 이는, 보기에 따라서는 정관과 선출규정에 위배될 소지가 큰 위험한 결정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승광은 교장, 최한성 교수 두 사람의 후보 등록을 점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두 분은 자신들의 핵심 요구인 ‘4월 13일 단일후보 선출’안이 받아들여졌음에도 불구하고, 30일에도 후보 등록을 하지 않고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그들은 당일 발표한 입장문에 “유불리를 따져 공을 주고받는 게임 같은 현실정치의 질곡에 더 이상 머무르고 싶지 않다”는 문장을 남겼다. 짐작컨대, 못 이기는 척 후보 등록을 했을 경우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괜한 몽니를 부렸다는 비난을 받을까 봐 우려한 듯하다. 

아무튼, 안타깝게도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 단일화 경선은 무산되고 말았다. ‘대전교육희망2018’은 조만간, 단독 입후보한 성광진 전 전교조대전지부장에 대한 심사와 찬반투표를 거쳐 ‘민주진보 교육감 단일 후보 선출’을 공표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진보교육감 단일화의 여정이 여기서 완전히 끝난 건 아닐 것이다. 2월 13일 예비후보 등록을 기점으로 눈에 보이거나 또는 보이지 않는 내홍과 우여곡절이 많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10여 년 전 “대전 전교조 성과급 반납 시도 무산...”의 악몽이 떠오른다.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대전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 단일화 경선이 무산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진보교육감 후보 단일화 무산...” 또는 “진보의 분열, 2014년 전철 되밟나?” 이런 결말만 대전 시민의 뇌리에 남지 않을까 걱정이다. 

어릴 적 어머니가 흔들리는 이에 실을 묶어 ‘앓던 이’를 빼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 못생긴 이를 지붕 위로 던져버릴 때의 쾌감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2018년 봄이 오기 전에, 어머니 같은 분이 나타나셨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