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MBC  방송기술부 현인식 사원(맨 오른쪽)이 파업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회사원에서 언론인으로…막내의 2017 파업기 

[대전MBC 방송기술부 사원 현인식] 

2015년 11월에 입사해 막 2년이 안된 2017년 봄. 대전MBC는 이진숙 사장 퇴진투쟁에 들어갔다. 출근시간보다 30분 일찍 나와 벌이는 피켓팅. 아침잠의 소중함을 알았고, 늦은 봄 아침 햇살이 이렇게도 따가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왜 거리로 나섰는가. 무엇을 위해. 

대전MBC에 입사하기 전 나는 그저 철없는 대학생이었다. 면 단위에 있는 지역 대학에서 오로지 취업만을 생각하며 학교를 다녔다. 

사회에 대한 문제는 물론, 뉴스도 잘 보지 않았고, 나의 전공으로 방송국에 갈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오로지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공부했다. 

4학년 여름방학이 되고 나서 그제야 방송국 입사에 대한 꿈을 키웠고, 운 좋게 대전MBC에 들어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언론사에 다니는 사명감 없이 오로지 방송기술인으로서 최고의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일을 시작했다. 나는 그저 회사원이었다. 

평일 아침이었다. 오후 출근이라 집에서 늦잠을 자고 있는데 같은 부서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급하게 서울을 가야하니 지금 업무교대를 해줘야겠다는 전화였다. 

전화를 끊고 부랴부랴 출근하니 선배는 바쁘게 장비들을 챙기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니 이집트 대통령이 서울에 왔다고 한다. 그래서 사장이 인터뷰를 한다고. 

눈치 없는 신입사원은 여기서 의문을 가졌다. ‘왜 우리가 서울까지 가야하는 거지?’, ‘이집트 대통령이랑 우리 지역이랑 어떤 관련이 있을 걸까?’ 그렇게 선배들은 서울로 향했고 이집트 대통령의 인터뷰는 전파를 탔다. 

그 유명한 대전MBC의 중동 방송이었다. 구성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고 이후로도 계속되는 방송의 사유화는 이진숙 사장 퇴진 투쟁에 불씨를 당겼다. 그 불씨가 모여 타오르는 불꽃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2017년 9월 4일, 내 인생 첫 파업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거리로 나갔다. 우리의 싸움을 알리고 반성하고, 다짐했다. MBC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노라고. 

부당징계, 편파보도, 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시사회 등 이진숙 사장 체제하에서 구성원들이 보고, 듣고, 느낀 부당함들이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힘든 파업일정이었지만 우리 스스로가 바꿔나가야 하기에 서로서로의 격려 속에서 굳건히 파업을 이어나갔다. 

파업 와중에 민족의 명절 추석이 찾아왔다. 친척들 사이에선 파업이 화두였다. 파업은 왜 하는 것이냐부터 사장이 뭐 잘못한 것 있느냐 까지 집안 어르신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나는 대전MBC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다. 그게 정말이냐고 되묻는 분들이 많았다. 이진숙 사장을 아직까지 종군기자 이진숙으로 알고 있는 아버지 세대들에게는 조금 충격으로 다가온 듯 싶다. 

파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파업에 임하는 개인적인 나의 생각을 말씀드렸다. 나는 언론 노동자다. 일할 맛 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일할 맛 나는 회사에서 신나게 일 한다면 좋은 방송, 공정한 방송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대전MBC가 일할 맛 나는 일터가 되는 날, 그날이 바로 파업이 끝나는 날이라고. 

10월 중순, 큰 변화가 생겼다. 김원배 이사의 사퇴로 방문진 이사진에 균열이 생겼다. 대전 지부의 투쟁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작은 승리를 발판삼아 우리의 투쟁은 더욱 강력해졌다. 

이진숙 사장의 지시를 받는 보직자들의 사퇴를 이끌어내고 이진숙 사장 체제를 무너뜨렸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대전MBC의 재건이다. 

11월 24일. 파업 잠정 중단을 결의하고 복귀전 마지막 집회가 있었다. 조합원 발언의 마지막 차례로 조합원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앞에 서게 되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전날 많은 고민이 있었다. 막내 조합원으로서의 파업에 임하며 느낀 점과 바라는 점을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일할 맛 나는 대전MBC를 만드는 것이고, 시청자들이 볼 맛 나는 방송을 만드는 것이다. 이제껏 해온 것보다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더더욱 뭉쳐야한다. 더 하나가 되어야한다. 

그것만이 만나면 좋은 친구 MBC를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사 2년차 막내의 생각을 전했다. 떨릴까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술술 나왔다. 아마도 속으로 몇 번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 말이라 그랬을 것이다. 

철없던 신입사원이 90여일의 파업을 겪으며 회사에 대해, 언론의 역할 대해, 우리 지역 사회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착각일수도 있겠지만 조금은 언론인다워진(?) 것 같아 뿌듯하다. 

이제 곧 방송은 정상화 된다. 하지만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 스스로가, 그리고 시청자가 만족할 때까지 우리는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날이 왔을 때 다시 외칠 것이다. MBC를 국민의 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