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자 중도일보(사진 왼쪽)과 충청투데이(사진 오른쪽)의 1면 모습.

중도일보·충청투데이수능 1주일 미뤄졌지만 응원 기사 1면 장식

자체윤전기 없어 물리적인 시간 부족충투 수능연기 미보도사과

지난 16일 열릴 예정이던 수능이 일주일 연기됐다. 하루 전 발생한 포항 지진에 따른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그러나 16일 오전 발간됐던 일부 지역 신문에서는 이 내용이 빠진 채 수능을 보는 수험생들을 응원하는 기사가 올라왔고, 사과조차 없는 모습에 독자들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지난 16일 지역 일간지 가운데 금강일보와 대전일보는 포항지진의 여파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됐다는 사실을 1면 머리기사로 담았다. 그러나 중도일보와 충청투데이는 이 내용이 빠졌고 수험생 응원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올렸다.

여기에 두 신문은 16일이 수능날인 듯 기사를 올렸다. 중도일보는 ‘“수능대박을 기원합니다”’라는 제목의 1단 기사를, 충청투데이는 ‘수능 한파, 올해도…’라는 1단 기사와 ‘수능, 결전의 날…대전·세종·충남 4만33명 응시’라는 3단 기사를 각각 1면에 실었다.

두 언론사 기사는 황당한 ‘오보’다. 지난 15일 오후 2시 29분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뒤 오후 4시 49분 또다시 강한 여진이 발생했고, 오후 8시 20분께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수능시험을 연기하겠다는 브리핑을 발표했다.

브리핑이 전 ‘수능은 강행 될 듯’, ‘수능 강행’이라는 제목의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보도의 제목은 공식적으로 수능이 진행된다고 발표된 것으로 보였지만, 주된 내용은 ‘수능연기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주희 교육부 대입제도과장은 “실무적으로는(실무자 선에서는) 시험을 예정대로 치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결국 공식발표가 아닌 질의응답에 언론사들은 수능 강행을 예상했고, 이 같은 오보가 발생하게 됐다.

신문의 제작 과정을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두 언론사는 자체 윤전기가 없어 신문 편집본을 인쇄소에 넘겨 찍어낸 뒤 배송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취재 > 송고 > 편집 > 인쇄 > 배송’의 과정을 거치는 가운데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충청투데이는 독자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충청투데이는 17일자 신문 2면에 [社告]를 내고 “본보는 제작과정과 배달망(대전·세종·충북·충남·서울)의 유기적인 연동으로 인해 ‘수능 연기’에 대한 기사를 보도하지 못했습니다. 독자님과 수험생 여러분들에게 깊이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도일보는 그 어떠한 사과조차 없었다.

이 때문에 독자는 물론 시민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도일보의 한 독자는 “신문 1면에 수험생을 응원하는 보도가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면서 “여기에 오보를 낸 신문이 공식적인 사과조차 하지 않은 것은 독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지역 신문의 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의견도 제기됐다. 지역 언론의 한 기자는  “아무리 지역 신문의 현실이 열악하더라도 이런 식의 보도 누락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신문으로서의 존재감이 너무 떨어진다. 아마도 이를 본 독자들이 많이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