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KBS 27기 기자 18명이 청와대 보도개입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연명 성명서를 게시하고 관련 보도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자사 수뇌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어 7일에는 31기와 33기 기자들도 기명성명을 통해 청와대의 보도개입 사태 전말에 대한 취재와 보도를 간부들에 요구했다. 또 SBS 기자들은 긴급 발제권을 통해 이정현 녹취록 보도를 SBS 8뉴스에서 관철시켰다.

 

정론을 펼쳐야할 언론사에서 최근 벌어지는 일 치곤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이들의 외침은 대한민국 언론에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정부의 나팔수 역할에 충실한 언론사 경영진과 간부들이 있는 한 이들이 외치는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은 무참히 짓밟힐게 뻔하다.

 

지금 전국이 KBS에 대한 청와대의 보도통제로 떠들썩하다. 지난 이명박 정권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언론통제는 최악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권력의 시녀가 된 공영방송의 모습에 시청자는 안중에도 없었고, 이에 실망감을 느낀 국민들이 앞으로 철저한 외면으로 보답할 태세다.

 

·현직 언론인들이 이번 청와대 보도통제에 대해 각 매체에 쏟아내고 있는 내용을 보면 대한민국 언론에 대한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청와대의 공영방송에 대한 보도통제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태이고, 과거 군사정권에서 자행됐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사실 보도를 근간으로 언론의 길을 걷고 있는 기자들은 참담하기만 하다.”

 

정치권에선 본질에서 벗어난 집안싸움으로 물타기만 하고 사실 관계를 왜곡하려고 한다. 청와대는 대국민사과와 함께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더 이상 언론인과 국민을 우롱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지원금으로 언론사의 목을 비틀고, 언론사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는 기사로 도배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는 언론 본연의 역할은 찾아볼 수도, 기대할 수도 없다.”

 

언론사와 기자들도 각성해야 한다. 더 이상 침묵으로 일관하지 말고 보도통제에 맞서 싸워야 한다. 국민을 더 이상 실망시키지 말고 진실규명에 앞장서야 한다.”


정부만 탓할게 아니다. 언론에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동안 진실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 언론이 부당한 권력을 양산했고, 그 권력은 국민을 우롱해 왔다. 더 이상 권력 앞에 무너져 국민을 외면한다면 언론의 존재가치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언론의 힘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국민을 등에 업고 올바른 보도를 한다면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언론이 본연의 역할인 비판과 감시 기능에는 충실하지 않고 매번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비겁한 자조에만 매달리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언론의 존재가치는 커녕 국민 혈세의 원흉으로 자리 잡는 모습을 스스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언론인은 사실의 전모를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보도할 것을 다짐한다고 스스로 외쳤던 기자윤리강령에 부끄럽지도 않은가. 더는 추락할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벼랑 끝에 서있는 심정으로 권력의 부당함에 맞서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