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빼고도 6배 늘었지만… 안전 프레임 갇혀 대체 에너지 개발 등 맥락 놓칠 수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한국 언론의 원전보도프레임(개념틀)은 달라졌을까.


한국언론정보학보 2016년 4월호에 실린 논문 <우리나라 원전에 대한 신문보도 프레임 변화 연구>(심은정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소통담당관,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에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한국의 원전보도 프레임이 환경안전 분야로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환경안전 프레임은 핵발전소 사고나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를 다루는 것으로, 반핵운동에서 형성된 담론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조선일보·중앙일보·경향신문·한겨레·부산일보·국제신문 등 6개 일간지의 원전보도 3762건을 분석했다. 수집 기간은 2007년 6월부터 2015년 6월까지 8년간으로,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전후다. 프레임분석에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제외한 3337건이 사용됐다.


▲ 경상남도에 위치한 고리 원전 1호기 모습. ⓒ 연합뉴스


보도량은 원전과 가까울수록 많았다. 고리원전 등 부근에 원전이 위치한 부산일보는 8년간 904건, 국제신문은 824건의 보도량을 나타낸 반면, 조선일보는 478건, 중앙일보는 291건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진보성향인 한겨레는 640건, 경향신문은 625건의 보도량을 나타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보도량은 보수·진보를 떠나 급격히 늘어났다.


2007년 6월부터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 사고 직전까지 6개 신문의 원전 기사는 446건이었으나, 사고 이후 2015년 6월까지 원전 기사는 643.5%가 증가한 3316건에 달했다. 이는 후쿠시마 사고만을 다룬 기사를 제외한 수치다. 사고 이후 한국의 원전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한 결과다. 보도 증가율이 가장 높은 신문은 원전부근에 위치한 부산일보(1021.6%)였다.


사고 이후 원전 보도는 경제면 기사가 줄고 사회면 기사가 늘었으며 종합면과 사설도 증가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는 환경안전 프레임이 13.7%였고 경제효용 프레임은 34.2%였으나 사고 이후 환경안전 프레임은 62.8%로 대폭 증가한 반면 경제효용 프레임은 2.6%로 크게 줄었다. 경제효용 프레임은 원전의 경제적 효용성 또는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핵발전소 찬성론자들의 담론을 뜻한다.


▲ 후쿠시마 사고 전후 보도 변화 분석표. 논문 '우리나라 원전에 대한 신문보도 프레임 변화 연구' 가운데 일부.


조선·중앙일보는 사고 이후 환경안전 프레임이 52.9%, 책임규명 프레임이 20.3%로 증가했다. 경제효용 프레임은 사고 이전 61.1%에서 사고 이후 7.1%로 급감했다. 연구진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체 원전 보도 기사 중 보수중앙일간신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32.5%에서 18.8%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전반적인 보도량 증가 속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신문의 증가폭은 적었다는 의미다. 경제효용 프레임을 강조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보도하지 않음’으로서 핵발전소 찬성론자와 이해를 같이했을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반면 한겨레·경향신문은 환경안전 프레임 46.1%, 책임규명 프레임 24.5%, 갈등대치 프레임 24.7% 순이었으며 경제효용 프레임은 0%였다.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은 환경안전 프레임이 77.6%, 경제효용 프레임은 2.5%로 다른 프레임을 소멸시켰다. 연구진은 “원전 보도 프레임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에는 경제적 가치를 중요시했다면, 그 이후에는 안전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한 뒤 후쿠시마 사고가 “우리나라 원전 실태를 알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보도에 대해 “원전을 일방적으로 찬양하는 기사가 줄기는 했지만, 한수원으로부터 돈을 받고 쓴 기획기사가 과거와 다른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 보도량은 증가했지만 뉴스타파의 ‘원전묵시록’이나 포항MBC의 ‘월성1호기 불편한 진실’, KBS부산의 ‘원전도시’ 같은 수준 높은 탐사보도는 원전의 위험성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 조선일보 2012년 4월 20일자 기획기사. 원자력문화재단으로부터 5500만원을 받은 기사다.


양적으로 보도량이 늘고 안전을 강조하는 프레임이 증가했으나 방사능의 안전성 문제나 원전 납품비리 문제 등 여전히 언론이 파고들어야 할 이슈가 많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해당 논문에서 “원전 안전이 무엇보다도 중요시돼야 하지만, 환경안전 프레임에 갇혀 장기적 원전 정책, 대체 에너지 개발 등 원전과 관련된 다른 중요한 맥락을 놓쳤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선행연구에 따르면 1979년 스리마일 섬 핵 발전소 사고 이후 6주 동안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의 기사 프레임을 분석한 결과 두 신문은 ‘반핵 활동에 대한 찬성’ 프레임에서 빠르게 원자력 에너지는 안전하다는 ‘친 산업계’ 프레임으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안전문제를 제기하는 한국 언론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논문작업에 참여한 김위근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원전 보도가 여전히 안전 프레임을 강조하는 것은 원전 안전에 대한 의심이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하며 “특히 잦은 고장을 일으켰던 노후 원전이 위치해 있는 지역(부산) 신문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더욱 증폭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