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출판사들, '십 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 잇따라 번역 출판


한국 아빠의 딸 사랑에 세계인이 ‘감동’
성우들 목소리로 재구성한 ‘오디오북’도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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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말 출간된 이후 한국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온 윤희일 경향신문 도쿄특파

의 책 '십 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가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서 잇따라 번역 출간된다.


2014년 말 출간된 이후 한국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온 윤희일 경향신문 도쿄특파원의 저서 <십 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가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서 잇따라 출간된다. 이 책은 또 성우들의 목소리로 재구성한 오디오북으로 출간돼 인기를 끌고, 전국단위 독서대회의 지정도서로 선정되는 등 꾸준히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책을 출판한 다산북스와 저자인 윤 특파원은 최근 중국의 대형출판사인 ‘중앙편역출판사’와 번역출판 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중앙편역출판사는 이 책을 중국어로 출간, 중국 대륙 전역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이 출판사는 그동안 법륜스님의 <행복한 출근길> 등의 한국 책을 중국어판으로 펴낸 바 있다.

다산북스와 윤 특파원은 이에 앞서 대만의 출판사인 ‘SYSTEX CORPORATION’과도 <십 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의 번역출판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 출판사는 대만은 물론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서 책을 판매할 예정이다.

현직 언론인이 쓴 책이 해외에서 번역 출판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대만·중국 등의 출판사들은 딸의 결혼을 앞두고 자살을 결심한 아버지와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아버지의 자살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딸의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이 아시아 독자들에게 폭넓은 공감을 얻을 것으로 판단해 번역출판 계약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윤 특파원은 “대만·중국 등의 출판사로부터 번역 출판 제안이 왔을 때는 사실 믿어지지 않았다”면서 “외국 출판사에서 상당금액의 인세가 계약금 형태로 통장에 입금된 것을 보고 내가 쓴 글로도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는 실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국 사람들도 ‘자살’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십 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은 또 성우 이종혁과 유경선의 목소리로 오디오북으로도 출간돼 인기를 끌고 있다. 정성용 PD의 연출로 제작된 오디오북은 아빠와 딸이 주고받는 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원작의 감동을 더욱 크게 하고 있다.

한솔씨앤엠이 제작한 이 오디오북은 관련 사이트인 오디언닷컴(www.audien.com)과 온라인 서점 등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책을 직접 읽기가 어려운 일반인은 물론 대학, 도서관, 기업체 등에서 오디오북의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

<십 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은 또 지난해 10월 개최된 제4회 사하전국독서경진대회의 일반부 지정도서(10권)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대회의 성인부 지정도서로는 <십 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이외에 <김약국의 딸들>(박경리), <목민심서>(정약용), <오이디푸스왕>(소포클레스),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와타나베 이타루),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 <관계의 힘>(레이먼드 조), <가족의 발견>(최광현),  <생각하는 인문학>(이지성), <그리스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등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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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일 도쿄특파원은 평소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고 취재현장을 누비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4년 3월 도쿄로 부임한 윤 특파원은 그해 12월 <십 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을 펴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교보문고의 ‘화제의 신간’에 선정되는 등 출판계와 독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책은 자살을 결심한 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윤 특파원은 “50대에 자살을 결심하고 나서 10년에 걸쳐 자살을 준비해온 어떤 아빠의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미안하구나, 아빠는 오늘 너를 떠난다…”
결혼 전날 밤, 딸은 아빠에게 편지를 남기려다 아빠의 노트북에 담긴 일기를 보게 된다. 첫 일기는 10년 전쯤 작성된 것이었다. 첫 문장을 읽자마자 딸은 가슴 한 편이 저려오기 시작한다. 아빠의 일기는 10년에 걸쳐 쓴 딸에게 보내는 편지였고, 유서였다. 

그는 가족 때문에 살았고, 가족 때문에 행복했다. 그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딸이 결혼하는 장면만 봐도 눈물을 짓는 아빠다. 그리고 어린 시절 딸의 똥 냄새가 여전히 그리운 아빠다. 딸이 자라면서 자신의 방으로 가버렸을 때 서운함을 느끼고, 딸이 대학에 들어가 멀리 떨어지니 불안해서 잠을 못 이룬다. 딸이 받은 첫 월급으로 선물한 전기면도기를 아까워 쓰지도 못하고, 딸의 남자친구를 소개받던 날 떨려서 말 한 마디 못한다. 마치 우리의 아빠처럼, 이 땅의 모든 아빠들처럼 이 책의 아빠도 한 해 한 해 늙어간다.

<십 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빠들의 모습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아빠들의 외로움이 담겨 있다. 직장을 잡고 가족을 이루고 한 집안의 가장으로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아빠들. 그러나 서서히 삶의 가장자리로 밀려나는 아빠들. 이 책은 십 년 동안 자살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던 한 아빠가 이제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연인을 만나고, 가정을 꾸려갈 딸에게 들려주는 아빠의 삶이며, 한 세대의 인생이다.

윤 특파원은 25년 이상 기자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자살과 마주쳤다고 했다. 그는 “자살한 사람이 남긴 유서도 읽어봤고, 휴대전화에 남긴 메시지도 살펴봤다.”면서 “자살하는 사람들은 “유서나 메시지에, ‘살아남아 있는 사람’에 대한 복수심을 담아놓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남아 있는 사람’에 대한 사랑을 담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살하는 사람들이 남긴 이야기, 그 모든 기록, 그 모든 단어는 읽는 사람을 아프게 한다“면서 ”쓰는 사람의 아픔을 짐작하기에, 읽는 사람의 마음이 더 찢어지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심각한 수준에 이른 자살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에 한 아빠와 딸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윤 특파원은 “<십 년 후에 죽기로 결심한 아빠에게>의 아빠는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딸에게 ‘힘’이 되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서 “그는 자신이 겪고 있는 많은 고통을 애써 숨긴 채 사람들을 설득하고자 했지만, 십 년간 지독한 사랑과 독기로 키워온 그의 결심은 그러나 딸의 한마디 말 덕분에 녹아 없어졌다”고 말했다.
“저에게는 여전히 아빠가 필요해요.”

윤 특파원은 지금도 자살을 생각하고 있을 이 땅의 많은 사람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당신은 그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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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일 경향신문 도쿄특파원은 1964년 충남에서 태어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로 언론에 첫 발을 내딛었다. 2007년 전국부에 자원해 대전에 내려온 뒤 대전시청 등을 출입했다. 학구열이 높아 대전 한남대에서 언론홍보학 석사(2001)와 경영학 박사 학위도 받았다. 2014년 1월 도쿄특파원으로 발령받아 현재 도쿄에서 거주하고 있다. 중부대 경영학부, 대전대 정치언론홍보학과 등에서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일본 NHK-TV 이렇게 즐겨라>(시사일본어사, 2002), <디지털시대의 일본방송>(커뮤니케이션북수,2005), <서남표 리더십과 카이스트 이노베이션>(2008, 청림출판)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