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망라 언론시장 보수 대 진보, 최대 ‘30 대 1’
수구 기득권 세력과 보수 언론의 결탁, 위험천만한 불장난
왜곡된 공론장 바로 잡을 대안 플랫폼 어느 때보다 절실




나라가 미쳐 돌아가고 있다고밖에 지금 상황을 정확히 표현할 말이 없다. 일단 북한이 쏜 것은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을 장착한 로켓이다. 나중에 탄두를 장착할 수도 있겠지만 로켓을 미사일이라고 부르는 건 일단 팩트부터 틀렸다. 북한이 미사일을 쐈으니 우리도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북한이 쏜 로켓이든 미사일이든 남한을 겨냥한 게 아니고 한국에 배치한다는 사드도 북한의 미사일을 막기 위한 용도가 아니다. 




▲이정환 |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이번에 쏜 광명성4호는 대기권을 뚫고 올라가 500km 궤도를 돌고 있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은 1000km 이상 고도를 찍고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진다. 휴전선에서 100km도 안 되는 서울을 공격하려 장거리 로켓 실험을 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사드는 애초에 단거리 미사일을 요격하는 용도가 아니고 고도 40km 이하에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 북한의 핵 미사일 보유는 굉장히 우려스러운 일이지만 애초에 사드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가뜩이나 개성공단 폐쇄는 박근혜 정부의 자학 퍼포먼스에 가깝다. 일단 개성공단 폐쇄로 입게 될 손실이 남한이 훨씬 더 크고 북한은 중국과 무역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개성공단이 가동 중단돼도 타격이 크지 않다. 중국이 경제 봉쇄에 동참해야 하지만 중국은 사드 배치 때문에 격분해 있는 상태다. 중국은 사드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고 무력 대응까지 시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라가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데 정부와 언론의 현실 인식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개성공단 자금으로 핵 폭탄을 만들었다고 설레발을 치더니 그게 사실이라면 유엔 결의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근거 자료는 없다고 해명했다가 다시 대통령이 나서서 “기존의 방식과 선의로는 북한 정권의 핵개발 의지를 결코 꺾을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다시 번복한 모양새다.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억지와 생떼를 부리고 있는 상황이다.


언론 보도는 점입가경이다. 당장이라도 서울 한 복판에 핵 폭탄이 떨어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거나 사드가 북한 핵 공격에게 우리를 구원해 주기라도 할 것처럼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고 심지어 이참에 우리도 핵 무장을 해야 한다는 미친 주장이 버젓이 주요 일간지 지면에 등장한다. 집권 여당의 한 국회의원은 “박 대통령이 임기 내에 김정은을 제거할 결심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선거를 앞두고 북풍은 늘 먹혔다. 안보 불안을 부추기면서 정부 비판을 억누르고 보수 세력의 결집을 불러왔다. 박근혜 정부가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무소불위의 횡포를 부릴 수 있는 건 주류 언론이 이미 정권의 수중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신문은 자본의 볼모가 돼 있고 방송은 낙하산 사장들에 장악돼 정권과 운명을 같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구 기득권 세력과 보수 언론의 결탁, 한국 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전국단위 일간지 가운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발행부수는 각각 176만, 126만, 91만, 합계 393만부다. 중도 성향의 한국일보는 23만부, 진보 성향의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각각 26만부와 22만부 밖에 안 된다. 정도는 덜하지만 역시 보수 성향의 국민일보‧문화일보‧서울신문‧세계일보를 다 더해도 62만부다. 경제지까지 더하면 조중동+국‧문‧서‧세+매경‧한경‧서경‧머투=599만부, 한겨레+경향=48만부다. 얼추 보수 대 진보가 12 대 1의 비율이다.


매출액으로 봐도 다르지 않다.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의 분석에 따르면 2014년 신문사 매출액에 따르면 조·중·동 매출액은 각각 3393억, 2936억, 2857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의 매출액은 각각 812억, 807억이었다. 조중동이 9186억원, 매경 2197억, 한경 1478억을 더하면 발행부수 1~5위까지 신문의 매출액이 1조2861억원으로 한겨레+경향 1619억원의 8배에 육박한다. 국‧문‧서‧세+매경‧한경‧서경‧머투를 더하면 10배의 비율이다.


방송은 더욱 심하다. JTBC를 제외한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3사가 모두 보수 성향에 친정권 편향이다. 지난해 11월 2일부터 8일까지 7일간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4사의 메인뉴스 시청률(동일 표본에 근접한 수도권 유료방송가구 기준, 닐슨코리아)을 확인한 결과 KBS 14.51%, MBC 8.34%, SBS 7.02%로 합계 29.87%, 종편은 채널A 1.99%, MBN 1.98%, TV조선 1.46%. 모두 더하면 35.3%로, JTBC 2.14%의 17배에 이른다.


매출 규모로 봐도 2014년 기준으로 KBS는 1조4833억원, MBC는 1조1274억원(지역MBC 3308억원 포함), SBS는 1조173억원(지역민방 2398억원 포함), 종편 4사는 4046억원 수준이고 이 가운데 JTBC의 매출액은 1309억원이다. 방송 7사의 매출액 합계는 3조9017억원으로 JTBC의 30배에 육박한다. 손석희의 뉴스룸이 가장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방송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다.


우리는 언론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른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정당한 비판이 공론화되지 않고 있고 민의가 대변되지 않고 있으며 수구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의 이해를 위해 나라의 운명을 백척간두의 불장난에 몰아넣고 있다. 주류 언론에 대한 감시와 비판, 그리고 지역사회에 뿌리를 둔 풀뿌리 언론과 독립 언론의 연대, 왜곡된 공론장을 바로 잡을 대안 플랫폼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