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두 가지 모두 이뤄…삶의 의미 찾는 이에 대한 메시지



▲그가 딸을 위해 완성한 세상에 한 권뿐인 책 '사랑한 후에'. 사진 출처는 그의 페이스북.



당신의 ‘버킷 리스트(bucket list)’에는 몇 가지가 적혀 있습니까? 그의 리스트에는 단 두 가지뿐이었습니다. 


왜 죽기 전에 할 일이 두 가지뿐이었을까요? 세계여행도 다니고 농장도 마련하고,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게 인생인데 말입니다. 그만큼 두 가지 일은 필생의 사업이었던 겁니다.


반드시 해야만 했던 일은 책 쓰는 일이었습니다. 아내와 딸, 가족이 주인공인 책. 아내와 딸만이 가질 수 있는,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책입니다. 그는 이 두 가지를 다 해냈습니다. 그는 “평생 할 일을 다 한 셈”이라고 했습니다.


20년 전쯤이었습니다. 그는 필사적으로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불치병에 걸린 아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였죠. 실낱같은 희망이지만, 일본 의사에게 자식의 생명을 맡기기 위해 그 나라말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삼 분여쯤 이었을까요. 그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모른 채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저 세상으로 열여섯 꽃다운 나이의 아들을 떠나보낸 그의 애끓는 심정도 짐작만 할 뿐입니다. 그가 왜 남은 가족을 위해 책을 써야 했는지도 조금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3년 전엔 아내에게, 최근엔 딸에게 책을 선물했습니다. 이 책의 바탕에 편지가 있습니다. 그가 장모에게 보냈던. 그와 가족은 아들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3년 반을 현해탄 너머에서 살았습니다. 부모님과 장인어른이 돌아가신 터라 홀로 남은 장모님에게 매일 안부를 전했던 거죠. 장모는 이태 전 눈을 감기 전 장롱 속 고이 간직한 수백 통의 편지를 사위에게 돌려줬습니다.


아내를 만나고 사랑했던 이야기, 딸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 등은 편지에 담아뒀던 추억의 파편을 끄집어낸 것들입니다. 그는 지금도 아내에게 애정표현을 스스럼없이 합니다. 출근할 때면 승강기 앞에서 아내를 포옹하고 볼에 세 번씩 키스합니다. 이는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지금 사랑하며 살아가는 가족이야기도 책의 줄거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를 보듬어 준 고마운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그가 평생 은인처럼 여기는 홍선기 전 대전시장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아내와 딸도 남편과 아빠가 누구에게 감사하며 살고 있는지를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하더군요.


그는 아내와 자식을 위한 책을 선물하라고 세상의 남편들에게 권합니다. 글을 쓰면서, 그리고 완성된 책을 선물하면서 느끼는 행복처럼 큰 것은 없다고. 세련되게 쓰기보다는 진솔하게 쓰라고 조언도 합니다. “당신도 한 번 해봐. 가족의 행복을 위한 작은 모티프가 될 테니.” 그가 저에게도 권했습니다. 


그는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습니다. 개인적인 일을 기사화하지 말라고 ‘협박’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의 이야기를 알리기로 했습니다. 그가 뭐라 탓해도 괘념치 않기로 했습니다. 이 글을 본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기를 희망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11년째 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 삶을 마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자식을 보내고 어떻게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그와 그의 가족을 보라고.


그는 최정복 한국일보 대전세종충남 취재본부장입니다.



▲최정복 한국일보 대전세종충남 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