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미디어 오늘 정상근기자

길환영 KBS 사장의 해임을 요구한 KBS노동조합(위원장 백용규·KBS노조)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KBS본부)의 파업 목표는 달성됐다. 5일 KBS이사회(이사장 이길영)가 길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가결시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서명을 거부하지 않는 한, 길 사장은 해임된다.

하지만 길 사장은 9일 임원회의를 주재하며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사회 결정이 “비이성적·비합리적”이라고 말했으며 “법적근거가 모호하고 제안사유는 객관적이지 못하고 논리적이지 못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법원에 해임제청안 무효소송, 직무정지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이사회는 당시 길 사장에 대한 직무정지안도 통과시켰다.

또한 길 사장이 물러나더라도 KBS 독립성이 자동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사장임명제도 등 지배구조 개선문제나 보도독립성 확보 방안을 위한 제도 개선문제 등 다양한 쟁점이 남아있다.

때문에 9일 열린 양대 노조의 보고대회는 길 사장의 해임이라는 당초 목적 달성을 위한 ‘기념식’보다는 향후 다양한 제도 개선을 위한 ‘출정식’형태로 치러졌다. 길 사장 해임 목적 달성에 따라 박수가 나오기도 했으나, 양대 노조 위원장은 향후 투쟁에 대한 발언을 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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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용규 노조위원장은 “고생 많았고, 여러분은 승리했다”면서도 “길환영 사장이 임원회의를 연다기에 나는 본인이 뿌린 씨앗과 잘못된 인사를 거두고 그동안 못난 사장 따라줘 고맙다는 말을 할 줄 알았고, 내도 이제 신변을 정리하고 KBS의 권위를 위해 대통령 재가 전에 본인이 사퇴하면서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는 얘기를 하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그런데 내가 미쳤나보다”며 “길환영은 끝까지 이사회를 인정 할 수 없고 법적 투쟁을 하겠다며 직원들도 징계하겠다 한다”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앞으로 KBS 사장이 들어올 때 정신감정이라도 받아야 할 것 같다”며 “동지들이 자랑스럽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사장이 들어올 때 최소한의 장치인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지만 특별다수제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본부장도 “KBS 구성원들의 투쟁으로 청와대 부역사장 몰아냈다”며 “함께하면 승리한다는 것이 우리가 이번 총파업을 통해 얻은 첫 번째 교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우리가 누구를 위해, 누구와 함께 싸웠는가 질문해 보면 답은 역시 국민”이라며 “앞으로 뉴스와 프로그램을 통해 공영방송 KBS가 왜 존재하는지,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본부장은 “방송독립, 공정방송은 국민의 방송 KBS의 필수요소”라며 “이번 싸움을 시작할 때, 이 싸움은 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라 생각했고 길환영 퇴진에 성공했지만 아직 우리 싸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우리의 방송 보고 ‘그래 이제 됐다’고 할 때 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자”며 “반드시 지배구조를 바꾸고 공정방송의 내적장치를 만들고 독립적인 사장 선임과 내부의 인적쇄신 등 우리 앞에 놓인 숙제를 힘을 모아 풀어가자”고 말했다.

한편 이날 KBS본부 김성일 사무처장은 이날 보고대회에서 길환영 사장 입장에 대해 “목요일 이사회는 절차상 전혀 문제가 없고 길환영이 늘어지는 것은 이사회가 사장을 직무정지할 권한이 있냐는 것”이라며 “KBS 사장의 직무정지는 규정이 없지만 방송법상 이사회는 최고 의결기관이고 길 사장은 집행기관으로서 최고 의결기관이 결정을 한 것은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길 사장은 보직해임 돼 대기발령에 놓여있는 상태”라며 “직무정지에 대한 가처분신청은 2~3주 정도 걸리며 만약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면 그 다음 사장직을 이어가는 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하지만 이사회도 몇 번에 걸쳐 길환영에 명예로운 퇴직을 권했지만 스스로 박찼기 때문에 결국 이 상황의 원인을 야기한 것은 길 사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