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 나서 약 80여 분 간 국정운영에 대한 철학을 밝혔지만, 인터넷에서는 ‘하나마나한 기자회견’이라는 비난이 봇물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6일 오전 10시부터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첫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의 질의응답 시간도 이어졌다.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취임 1년이 다 되어서야 첫 기자회견에 나섰지만, 반대세력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자리였다.

 

 

                                  ▲ 6일 YTN뉴스 갈무리

박 대통령은 소통 부족을 지적하는 기자의 질문에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가, 한번 생각해볼 필요 있다”며 “소통의 의미가 단순한 기계적 만남이라든지 국민 이익에 반하는 주장이라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것이 소통이냐, 그것은 소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과거 불법으로 떼쓰면 적당히 받아들이곤 했는데, 이런 비정상적 관행을 적당히 대응하는 것을 소통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박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SNS에서는 비난여론이 쏟아졌다. ‘하나마나한 기자회견 왜 했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박 대통령은 취임 1년 간 가장 큰 쟁점이었던 국정원 사건에 대해 ‘여야가 합의했으니 더 이상 국론분열 안 된다’ ‘국정원 특검에 대한 언급은 부적절’ 등의 발언을 하며 사실상 대답을 회피했다. 이재화 민변 변호사는 트위터에 “여전히 불통이다. 기자회견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질문에 대해 제대로 대답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하는 박 대통령에 대해 “기자회견 끝나면 모두 기립한 다음 오른손을 들고 ‘하일 박근혜!’를 외쳐야할 분위기”라고 비꼬았다.

허영일 민주당 서울시당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퇴근 후 관저에서 진돗개 새롬이·희망이를 돌본다고 말한 것을 두고 “오늘 박근혜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니 그동안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진돗개 두 마리와 주로 소통하고 계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 중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말들을 쏟아내 비판을 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여러 차례 규정했다. 하지만 법원 등은 아직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적이 없다. 한 누리꾼은 “국정원 사건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 기다려보자면서 법원이 불법이라고 규정한 적 없는 철도파업에 대해서는 불법파업이니 뭐니 자기멋대로 규정하는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또한 코레일 등 공기업을 예로 들며 ‘고용세습’을 비판했지만 사실관계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은 철도노조가 고용세습을 한다고 말했다가 철도노조에게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한 상태다. 누리꾼은 “대통령이 대놓고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계시네”라고 지적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역사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을 지적하며 “일부 교과서에서 불법 방북을 처벌한 것을 탄압이라 한다”고 말했지만, 몇몇 언론은 방북 처벌을 탄압으로 표기한 교과서는 없다고 보도했다.

 

기자회견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연합뉴스-MBC-동아일보-매일경제-대구일보-뉴데일리-채널A-세계일보-중부일보-YTN 기자들이 박 대통령에게 질문을 했다. 소위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언론사는 포함되지 않은데다, 몇몇 기자들은 박 대통령에게 홍보할 기회를 주는 듯한 질문을 던져 빈축을 샀다. 연합뉴스 기자는 첫 질문으로 ‘1년 소회’를 묻는 질문을 했고, 채널A 기자는 퇴근 후 관저에서 뭐하고 지내냐는 질문을 던져 “여기가 힐링캠프냐” “불편한 질문 하나도 안 하는 언론들”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한겨레 이재훈 기자는 트위터에 글을 남겨 “기자회견 구조의 문제도 있으나 가장 큰 문제는 기자들”이라며 “저딴 질문을 하면서 ‘불통’이란 지적이 가능한 가 싶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